암살로 읽는 한국사
5천 년 한국 역사에서 거듭된 죽음의 정치
그 피해자와 가해자는 누구인가?
인간이 창조한 가장 잔혹한 정치사, 암살
인간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인 암살은 영웅과 악당을 가리지 않고 시도된다. 단 한 발의 탄환이나 한 자루의 칼로 거대한 역사의 강물이 단숨에 바뀌기도, 얼어붙기도 한다. 이것은 곧 암살이 정치와 깊은 관련이 있는 동시에 역사를 구성하고 있는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암살은 인간이 창조한 갖가지 정치 도구 중 가장 잔혹한 것이다. 한 인간의 삶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끝내며, 그와 동시에 그가 품고 있던 이상,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꿈까지 한꺼번에 냉동시킨다.
죽는 쪽과 죽이는 쪽, 각각의 명분과 의지가 어우러진 암살의 정치학은 때문에 그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매우 어렵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암살이 이루어진 배경, 그를 둘러싼 사람들, 그리고 그 전후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살펴보는 것뿐이다. 그로써 우리는 역사 속에 펼쳐진 암살의 의미와 그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에서 벌어진 열한 가지 암살의 정치
이 책은 한국사에서 벌어진 암살 중 열한 가지를 담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고대 우거왕부터 삼국 시대 실성 마립간과 동성왕, 영류왕, 고려 시대 이의민, 기철, 조선 초기의 김종서와 암살인지 불분명한 정여립, 근대사를 장식한 김옥균, 여운형, 김구 등을 조명한다.
암살을 시도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막론하고,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꾼 순간들을 포착하여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상을 이루고자 하는 몸부림, 권력을 지키고자 한 노력들. 그 숨 막히는 순간들을 만난다. 역사에서 벌어진 암살의 피해자와 가해자들은 얼마나 바라는 것을 이루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피로써 얻은 권력이 과연 얼마나 유지되었을까? 그 죽음의 정치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