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
정신이 황홀한 만큼 육신의 목을 떼어주다!
이승에서 누릴 수 있는 쾌락은 어떤 인간들에게는 다른 것이다. 몸이 주는 감각의 황홀을 부인할 이는 없겠으나, 어느 순간 그것조차 과감히 떨쳐버릴 정신의 황홀은 따로 준비돼 있다. 그 황홀에 빠져드는 순간이야말로 어쩌면 이미 홍진(紅塵)의 주민이 아닌 새로운 인류일 테다. 최보식의 장편소설 『매혹』은 조선 정조시대 ‘서학(西學)’이라는 이름의 천주교 사상 전파의 수난사를 배경으로 그 전도자의 수괴 ‘이벽’과 그의 절친 ‘정약용’을 교대로 등장시켜 당대의 이념적 갈등사를 매혹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다. 천주학의 수괴였던 이벽과 조선 최고의 문사이자 학자인 정약용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을 매혹시켰던 생사의 이치와 그들의 선택이 불러온 파국을 면밀히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