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엄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시큰하다. 마음속으로는 수백 번도 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말이 엄마의 마음에까지 닿도록 표현하며 살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 어디에도 자식을 위해 삶을 내어주고 희생하는 엄마의 사랑보다 위대한 사랑은 없는데, 자식으로서 우리는 그 큰 사랑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사는 것은 아닐까?
〈엄니〉는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아들, 손자, 며느리가 함께 쌓은 20년의 추억이 차곡차곡 담긴 책이다. 혹자는 ‘치매 어머님과 함께’라는 부제를 보고 문득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나 흘러나올 법한 애잔한 음악이라든지, 가슴에 돌을 얹은 것 같은 막막함을 떠올렸을지 모르지만, 〈엄니〉는 눈물이 쏙 빠지게 슬프지도, 안타깝지도 않다. 오히려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세 시의 한적함이 가득 담긴, 따뜻하고 여유로운 맛이 난다. 〈엄니〉에 담긴 모든 에피소드에 가족들의 ‘사랑’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기 때문이다.
전한(前漢)의 경학자(經學者) 한영(韓孀)이 지은 한시외전(漢詩外傳)을 보면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네.’라는 뜻이다. 우리는 ‘나중에 조금 더 형편이 나아지면, 조금 더 안정되면…’ 같은 수많은 이유들로 부모님의 손 한 번 잡아드리며 누릴 수 있는 사랑을 유보하며 산다. 부모님은 기다려주시지 않는데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노쇠해지시는 부모님과 함께하고 있다면, 혹은 팍팍한 삶에 치여 어디서부터 어떻게 부모님을 추억해야 하는지조차 캄캄하다면, 〈엄니〉를 읽어보길 권한다. 책을 덮으면 각자의 삶에 존재하는 소소한 추억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령화 시대가 도래한다, 치매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보도가 이어지는 요즘, 부모님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으로 비추는 언론의 시선이 아니라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려야 하는 어른’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