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오브 마인드
인간의 ‘마인드’는 어떻게 생겨나고 변화하는가? 인간은 사회문화적 존재다. 인간 정신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통념은 ‘마음’을 피부를 경계로 개인의 내부에 ‘실체’처럼 존재하는 어떤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금고’ 혹은 ‘상자’로 보는 것이다. 이런 관념은 심리학뿐만 아니라 일상세계에서도 여전하다. 최근의 심리학 연구는 인간의 정신기능 즉 마인드를 마치 문화적 제도적 역사적 상황과 동떨어져 진공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다룬다. 비고츠키와 바흐친 그리고 워츠는 이런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mind’를 ‘마음’이나 ‘정신’으로 옮기지 않았다. 이 책은 인간의 ‘마인드(정신 활동)’가 도구나 타인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발생해 변화하는지를 밝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흐친의 ‘목소리’와 ‘대화’ ‘발화’ 개념을 핵심 보조선으로 채택해 ‘매개된 행위(mediated action)’라는 ‘새로운 분석단위’를 제시한다. 이 분석단위를 통해 볼 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매개하는 ‘도구에 매개된 행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언어에 매개된 행위’가 인간의 정신기능을 밝히는 핵심임을 주장한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조건과 도구에 좌우되지 않고 머리만으로 매사를 처리하는 ‘주체’가 아니다. 즉 인간의 행위는 도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뤄지고 외계(조건) 도구와 일체되어 행위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실제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도구에 매개된 행위라는 것의 의미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이 책은 인간의 ‘마인드’를 닫힌 자기완결적 혹은 고정적 실체가 아니라 열려 있고 불완전한 나아가서 무언가를 항상 지향하는 행위(action)의 산물로 새롭게 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워치는 ‘행위’와 ‘목소리’ 기호적 매개 그리고 매개된 행위의 문화적 제도적 역사적 상황을 설명해 냄으로써 비고츠키가 생전에 이루지 못한 미래의 심리학 이론과 실천의 확장을 시도한다. 결과적으로 비고츠키 아이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흐친의 대화론을 도입해 언어적 기호 매개의 ‘정치화(精緻化)’를 설명해 낸다. 까다로운 내용을 독자들이 좀 더 알기 쉽게 하기 위해 130개에 달하는 역자 주를 덧붙였다. 엄밀히 따지면 사회적 구성주의는 비고츠키의 지적 전통과는 다르다. 또한 사회적 구성주의는 수업 기법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하나의 틀 혹은 인식론 인간 철학이다. 이 책은 한국 교육계가 비고츠키 이론을 사회적 구성주의라고 오해하는 상황을 불식하고 비고츠키 이론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비고츠키 이론을 편협한 방법론 수준에서 이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 비고츠키 연구자인 역자 박동섭의 생각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도구는 인간과 어떤 관계를 갖는가? 인간과 사회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심리학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인문학적 물음을 비고츠키와 공유함으로써 비고츠키를 제대로 이해하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다. 이 책이 이런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