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철학
<b>“평범한 사물은 어떻게 철학을 선물할까?” 청소년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주변 사물을 통해 읽는 철학 인문 에세이! 사물에 대한 고정적 시선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생각의 지도가 펼쳐진다!</b> 이 책은 늘 사물에 둘러싸여, 그 사물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우리지만, 한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근본적인 질문 ‘사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는 답변들을 들려준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물의 ‘기능적 쓰임새’가 아니라 ‘관계적 (혹은 맥락적) 차원에서의 의미’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사물들을 실용적 차원이 아닌 사회나 인간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고찰한 것이다. 이를테면 한때 ‘순간의 파라다이스’를 제공하는 사물이었으나, 이제 혐오스러운 사물로 그 가치가 극단적으로 추락한 ‘담배’에서 저자는 ‘사물이 유통되는 사회의 억압과 인식론적 허위’를 읽는다. 바이러스의 흡입을 막기 위해 쓰는 ‘마스크’에서는 ‘인간이 아직도 알 수 없는 것들과의 생존 전쟁에 격렬하게 노출되어 있는 연약한 생물종’이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속살을 보여줄 듯 말 듯 시선을 기술적으로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시스루’ 패션에서는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욕망이라는 심리 운동이 물리적으로 실제화되는 것을 본다. 단순한 벽돌의 결합과 분리를 통해 무한한 형체를 만들어내는 장난감 ‘레고’에서 우주와 세상의 본질을 간파하는 저자의 직관도 깊고 새롭다. 이처럼 사물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넘어서는 발상은 단지 저자의 직관적 분석에 의지하여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와 문화의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파악한 사고의 결과물이며, 무엇보다 철학적 성찰이 그 기저를 이룬다. 예를 들면, 굴러가는 자전거의 바퀴에서 저자가 알아차린 것은 바퀴와 바퀴 사이의 빈 공간의 운동이며, 여기에서 저자는 노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을 연상한다. 인간의 의도나 감정과 무관하게 사실을 선별하지 않고 기록하며, 그 내용이 왜곡되거나 사라지지도 않는 장치인 ‘블랙박스’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인간 해석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표현대로 “‘배달통’의 무의식을 프로이트와, ‘백팩’의 효용을 니체와 궁리하는 대목, 혹은 ‘물티슈’에서 ‘나치즘’으로, ‘보자기’에서 ‘카리스마’로 휙 넘어가는 대목들”은 “이 책의 개성”인 동시에, 쉽고 흥미롭게 사물에 대한 지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인 것이다. 이 책은 2013년부터 [매일경제]지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칼럼 ‘사물의 철학’을 모아 꾸리되, 칼럼에 싣지 못했던 사물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들을 추가하여 보다 풍성한 읽을거리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