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 오디세이, 튜링의 위대한 도전
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든 애플 하면 '사과' 모양의 로고가 떠오를 것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류인 아담,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 마녀의 꾀에 빠져 잠이 든 백설공주도 사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상주의 화가인 세잔도 사과를 즐겨 그렸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창조한 영국의 한 수학자가 어느 날 사과를 반쯤 먹은 뒤 죽었다. 사과에는 청산가리가 묻어 있었다! (시리즈 18권 '독살의 역사'도 함께 보길 권한다.) 그는 누구일까?<br>출퇴근 한뼘지식 20번째인 『인공지능 오디세이』는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을 만난다. 튜링은 아인슈타인이나 다윈, 갈릴레이 심지어 코페르니쿠스보다 인지도가 낮은 이름이다. 수학, 암호해독, 컴퓨터과학, 인공지능, 생물학, 물리학 등 다방면에 공헌한 팔방미인이면서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비극적으로 삶을 마쳤다.<br>모두 3개의 챕터로 구성된 『인공지능 오디세이』는 튜링의 일생을 가상 대화 형식으로 만나보고,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란 앨런의 논문에서 촉발된 인공지능의 탄생 과정과 미래를 엿본다. 그리고 암호와 해독, 생명 현상에 대한 수학적 접근, 디지털로 만드는 우주까지 튜링이 살아 있으면 진행됐을 연구 주제도 점검해 본다. 튜링은 어떤 인물이기에 이렇게 다시 조명받는 걸까?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자.<br><br><미리보기><br>뚫느냐, 뚫리느냐. 창과 방패의 싸움인 암호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치열하게 펼쳐졌다. 전장의 한복판에는 튜링이 있었다. 독일은 ‘에니그마’라는 암호를 만들거나 해독하는 기계를 만들어 썼는데, 연합군은 이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영국 정부는 정부암호학교(GCCS)를 만들어 암호 해독 기술을 연구했다.<br>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연구하던 튜링은 국가의 소집을 받아 암호학교에 합류했다. 튜링은 동료와 함께 폴란드에서 얻은 구형 에니그마를 이용해 신형 에니그마로 만든 암호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암호 해독을 자동으로 빠르게 할 수 있는 기계인 ‘봄(BOMBE)’의 설계를 이끌었다.<br>튜링이 해독한 에니그마의 암호는 ‘다표식 대치 암호’라는 고전 암호다. 로마 시대에 사용한 시저 암호를 응용한 것이다. 시저 암호는 알파벳을 세 자 뒤의 알파벳으로 대치한다. 예를 들어 BOY를 시저 암호로 바꾸면 ERA가 된다. 요즘에는 영문에서 나타나는 알파벳의 빈도 차이를 컴퓨터로 계산하면 이런 고전 암호를 쉽게 풀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알파벳은 e인데 암호문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문자를 e로 바꾸는 식이다.<br>컴퓨터는 더 복잡한 암호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암호화에 필요한 복잡한 수학 연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암호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만드는데 여기에 필요한 정보를 ‘키(key)’라고 한다. 암호를 풀기 위해서는 이 키가 필요하다. 2세대 암호인 대칭키 암호는 잠그는 열쇠(암호화키)와 푸는 열쇠(복호화키)가 똑같다. 두 사람이 비밀리에 통신하려면 미리 똑같은 비밀키를 갖고 있어야 한다. 비밀키가 없는 사람은 암호를 만들 수도, 풀 수도 없다.<br>반면, 3세대 암호인 공개키 암호는 암호화키와 복호화키가 다르다. 2세대 암호와 달리 암호화키를 공개하기 때문에 누구나 정보를 암호화해 보낼 수 있다. 물론 암호를 푸는 복호화키는 개인만 갖고 있으므로 안전하다. 공개키 암호가 나오면서 전자인증, 전자결제, 전자화폐 같은 다양한 상업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오늘날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거나 은행 일을 보는 사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활을 걸고 풀던 암호보다 훨씬 더 복잡한 암호를 쓰는 셈이다.<br>그렇다면 현대 암호가 수학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현재 쓰이는 공개키 암호의 대표주자는 RSA암호와 타원곡선 암호가 있다. 둘 다 수학적인 난제를 이용해 만든 암호다. RSA암호는 인수분해를 이용해 만들고, 타원곡선 암호는 타원곡선을 이용해 만드는데 구체적으로는 이산대수라는 난제를 바탕으로 만든다. 이 난제들이 풀리지 않는 한 공개키 암호는 안전하다. 예를 들어 150자리 소수 둘을 곱해 만든 수를 암호로 사용한다고 하자. 이 암호가 들켜도 이 수를 다시 인수분해해 원래 소수를 찾아내려면 현대의 컴퓨터로 1000만 년이 걸린다.<br><br>저자소개<br>디지털 편집부는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 대표 과학 미디어로 인정받아 온 월간<과학동아>의 기사를 엄선하여 디지털 환경에 맞게 편집, 제작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과학을 일상에서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