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고기가 되다
"불편하다고 외면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가 먹고 있는 진실을 보세요."<br><br>2012년 6월 가수 이효리가 육식에 관하여 자기 생각을 트윗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녀는 가축 사육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sbs)에서 나레이션을 맡았는데, 언론사들은 보도하면서 '육식' 자체를 문제 삼았다. 논란이 계속해서 일자, 그녀는 '저는 육식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장식 사육을 반대할 뿐입니다.'라며 언론의 왜곡 보도와 그녀에게 쏟아진 비난에 대응했다.<br>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소비되는 소, 돼지, 닭은 몇 마리일까?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출퇴근 한뼘지식' 시리즈의 11번째 주제, 『소, 고기가 되다』는 가축이 인류와 함께 살게 된 이유를 역사 속에서 찾아본다. 한때 시골의 추억 가운데 하나였던 소, 돼지, 닭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논란의 중심이 된 '가축 사육의 현황과 문제'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쫓아가 본다. '닭의 일생'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한 페이지씩 넘겨 보도록 구성한 부분은 '가축의 생애'를 엿보는 즐거움과 동시에 '가축 사육의 문제'를 체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br><br><미리보기><br>고대 이집트의 동굴 무덤 벽화에는 사람과 동물이 늘 함께 등장한다. 이 벽화에서 사람과 함께 사냥하는 개를 흔히 볼 수 있다. 뿔이 큰 황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그림과 얼룩소의 젖을 짜는 모습도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이들과 같이 살게 된 걸까?<br>서남아시아의 메소포타미아 유적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발굴된 유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개였다. 분석 결과 이들은 1만 2000년 전에 이미 사람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의 신석기 지층에는 사람이 사육한 양과 소의 유골도 있었다. 양은 8000년 전에, 소는 6000년 전에 인간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측정됐다.<br>이곳 사람들은 왜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만들기 시작한 걸까?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코헨은 ‘식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플라이스토세 말기(1만 9000년~2만 5000년 전)에 일어난 기후 변화 때문에 서남아시아 지역은 심하게 건조해졌다. 사람들은 물이 풍부한 곳에 모여 살기 시작했고 결국 근처에서 잡을 수 있는 야생동물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더는 사냥만으로 고기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br>보통 동물은 먹이가 부족하면 그 수가 줄어든다. 그러나 사람은 달랐다. 가만히 앉아 굶는 대신 야생동물을 잡아 놓고서 길러 먹기로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람들은 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섭취할 수 있었다. 고기는 잘 썩기 때문에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없지만 가축은 이러한 보관상의 문제를 해결해 줬다. 일종의 ‘고기 저장소’였던 것이다. 게다가 영양이 풍부한 젖도 이용할 수 있었다.<br>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하드자(Hadza) 족은 지금도 가축을 기르지 않는다. 이들은 1만 5000년 전 생활처럼 야생동물을 사냥해 고기를 얻는다. 1968년 미국의 사회학자 제임스 우드번은 ‘이 지역은 사냥감이 풍부하므로 굳이 집에서 동물을 기르지 않아도 늘 먹을 것이 있었다’며 코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br><br>저자소개<br>디지털 편집부는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 대표 과학 미디어로 인정받아 온 월간<과학동아>의 기사를 엄선하여 디지털 환경에 맞게 편집, 제작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과학을 일상에서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