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그 숲에 가고 싶다 힐링하러!

그 숲에 가고 싶다 힐링하러!

저자
이우상
출판사
다할미디어
출판일
2015-05-28
등록일
2015-12-16
파일포맷
PDF
파일크기
87MB
공급사
웅진OPMS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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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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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무 앞에 서면, 내 키가 더욱 작아진다. 나무 그늘 아래 앉으면 내 속에 숨긴 것이 한없이 부끄럽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겠다는 무지가 부끄럽다. 말없이 뿜는 산소를 마시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만들어 주는 그늘 아래서, 나는 작은 먼지가 된다. 불멸인 나무 아래서 찰나 같은 유한자인 나는 작은 먼지다.
나무는 불행의 씨앗을 심지 않는다.
외딴 섬처럼 홀로 서 있든, 숲을 이루어 무리 지어 있든 말이다. 불행의 원인은 무엇일까? 공포와 불행은 공존한다. 떨쳐내기 어려운 공존이다. 삶을 마감하는 날, 공존이 끝난다. 불행한 일이다. 뻔히 보이는 불행을 떨치지 못하는 게 인간의 한계다. 나무는 진즉 한계를 터득했다. 태어날 때 울지 않고 죽을 때도 울지 않는다. 울음은 불행의 시작이자 끝이다.
나무는 저축을 하지 않는다.
나무는 보험에 들지 않는다. 저축과 보험은 미래를 위한 대비책이다. 현재를 희생하며 미래를 대비한다. 미래는 불행할 것이란 전제로 한 대비책이다. 불행을 줄이기 위해 대비한다. 미래는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 예단하고 준비한다. 그러니 현재마저 불행하다. 현재는 희생되어서 불행하고 미래는 불안하니 불행하다. 예금통장도 보험증권도 없는 나무는 현재도 행복하고 미래도 행복하다.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무는 일기예보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햇살이 나면 햇살을 쬐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설화를 피운다. 예보는 틀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어긋날 줄 알면서 예보에 목을 매는 인간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고,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고대하던 내일이 오늘일 뿐이다. 걱정을 당긴들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증폭될 뿐이다.
나무는 자식 교육에 몰입하지 않는다.
꽃이 피면 부지런한 바람, 새, 벌, 나비가 씨앗을 맺게 해준다. 태어난 씨는 그 자리에 떨어지기도 하고 바람에 날려 멀리 유학을 가기도 한다. 어미 나무는 그냥 바라만 본다.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곁을 지키는 놈을 더 예뻐하지도 않고, 멀리 날아간 놈을 야속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어디에 떨어지든 싹을 틔워 잘 자랄 것을 믿는다. 자식을 위한 조바심과 애착은 자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만족을 위한 허풍떨기다. 나무는 그것을 안다.
나무는 비교에 열 올리지 않는다.
불행의 이유 1위는 비교 때문이다. ‘나’를 중심에 놓고 우주만물과 비교한다. 나보다 열등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나보다 쬐끔만 나아보여도 속상하다. 상대가 나를 업신여기지? 왜? 왜? 왜?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 모든 것이 그들 탓이다.
나무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고의 법문은 죽음이다. 현란한 장광설은 이내 잊혀진다. 유려한 명문도 잊혀진다. 심금을 울리는 설교도 잊혀진다. 죽음이 다가오면 두렵고 두렵다. 초연한 죽음은 추상이다. 나무는 죽음 앞에 초연하다. 생사 자체가 동일하다. 그래서 열반송 한 줄 남기지 않는다. 죽음 앞에 병사, 사고사, 요절, 자연사, 순직, 순국 따위의 명분을 붙이지 않는다.
나무는 생로병사의 비밀이 없다.
비밀이 없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과 같다. 재산이 없으면 허전하다. 무소유를 부르짖어도 약간의 종자돈, 비자금은 있다. 그것을 숨기는 것은 불편하다. 불안과 불편이 병을 가져온다. 빼앗길까, 더 가져야지, 이것이 병을 가져온다. 하여 병고에 시달리고 몸이 시들어 습기가 마르고 두려운 죽음의 문턱을 기웃거리다가 죽는다. 더러는 치매에 걸려 평생 쌓은 덕망을 초라하게 만든다. 나무는 생사生死만 있다. 병을 초대하여 고통을 겪지 않는다. 늙을수록 품격을 더해간다. 화려했던 이력이 노인에겐 물거품 같다. 그것을 자랑한들 웃음거리다. 나무는 고목이 될수록 멋이 우러난다.
나무는 유서를 남기지 않는다.
유산을 남기지 않는다. 무덤을 남기지 않는다. 묘비를 만들지 않는다. 이름을 새기고 애도를 담은 묘비명도 없다. 그러나, 나무는 불멸의 존재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손자의 손자까지 같은 이름, 같은 모습으로 대를 이어간다.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라는 평범한 보통명사로 천 년, 만 년, 이어가는 불멸의 존재다
느린 걸음으로 숲으로 간다.
숲을 이루는 나무를 만나러 간다.
나무가 모여 사는 숲을 만나는 것이 좋다.
가는 길목에서 마주친 풀과 꽃에도 인사를 한다.
그들은 목청 높일 줄 모르지만 은은한 향기를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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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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