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 꼿꼿하고 당당한 털의 역사
“털 없는 원숭이” 인간에게 있어서 털이란 무슨 의미일까?
의식하지 않아도 자꾸 자라나는 털. 어떤 이는 너무 많아서, 어떤 이는 너무 적어서 고민하고, 어떤 이는 너무 구불거려서, 어떤 이는 너무 뻣뻣해서 고민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헤어스타일’과 같은 스타일 표현을 위한 고민을 제외하면 털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최근까지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논란이 일었던 여성 겨드랑이털 제모 이슈와 같은, 가끔 한 번씩 뉴스란에 나타나는 여성 스타들의 의사 표명을 제외하면 털이 뉴스에 등장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역할을 해온 인류 역사의 숨은 동반자이다.
털은 호모 사피엔스가 성공적으로 뇌용량을 늘리는 데에 도움을 주었고,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현수막이 되어주었으며, 동물의 털은 인간이 옷을 만들어 문명화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실제로 시대에 따라 인류가 생각하고 증명하고자 하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털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없다. 중세시대 유럽의 화려한 머리스타일이나, 청나라 시대의 변발, 70년대 히피들의 장발을 생각해보면, 머리카락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고 자신이 증명하고자 하는 가치를 증명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냈다.
이 책은 이처럼 털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생물학적, 진화적, 역사적, 사회적, 심미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며 우리에게 털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헤어』는 우리에게 늘 골치 아픈 고민거리만을 안겨주는 것 같던 털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깨닫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