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거네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쓴 시인 류근이 황막한 세상에 단비처럼 던진 이야기. 이상의 광기와 도취, 기형도의 서정과 성찰, 함민복의 상처와 눈물이 이종교배되어 탄생한, 21세기에 불시착한 낭만주의자 류근. 그의 첫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는 혹독하고 완고한 자기풍자를 감행하며 세상과 타인의 아픔을 대신 앓는 시인의 뼈저린 기록들을 엮어낸 것이다.
시인 류근은 시인들 사이에서 소문 혹은 풍문으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천재라는 소문도 있었고 술주정뱅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심지어는 미치광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했다. 정신의 좌우, 몸의 앞뒤를 자유자재로 바꿨다.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시를 한 편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가 18년 만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전작시집을 냈을 때, 그 시집이 갖는 순정한 힘 때문에 사람들은 다들 대경실색했고 그에 대한 풍문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가 몇십억대 자산가라는 소문도 있었고, 돈 한 푼 없는 거렁뱅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돌아가신 소설가이자 신화학자인 이윤기 선생이, 그를 가리켜 3대 산문가라고 칭송했다는 미확인 소문도 있었고 요절한 가수 김광석이 흠모했던 작사가라는 소문도 있었고, 애인이 백 명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심지어는 써놓고 버린 시가 수천 편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풍문은 사실이었다. 그는 천재이면서 술주정뱅이이고, 자산가이면서 거렁뱅이고 만인의 연인이면서 천하의 고아 같은 외톨이다. 그가 신들린 듯이 쓴 이 산문집에 실린 글들이 그것을 생생히 증명한다. 여기에 늘 보아오던 그렇고 그런 시인들의 산문이 아닌, 하얀 눈밭에 각혈을 하듯 쓴 기적 같은, 마약 같은, 황홀경 같은 산문의 진경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