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보니
지켜내야 할 것이 있는데, 아픔이 찾아와버렸습니다.
생후 10개월부터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34개월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했던 아이, 예지. 예지가 자폐성 발달장애 판정을 받고 예지 엄마는 많이 아팠습니다. 예지의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욕심을 부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지 엄마 오민주 씨는 조금씩 깨달아갑니다. 어느새 예지의 순수한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으로,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을 용기가 생겼다는 것을요.
절망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아이들을 위한 학교도 설립하고, 예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뜻깊게, 앞으로도 마냥 예지를 위한 행복한 일만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은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유방과 자궁에 발병한 암. 돌아가신 어머니와 똑같은 질병이 찾아왔습니다. 유방과 자궁을 절제하고, 혈압이 떨어져 무통주사도 맞지 못하는 나날들이 어두운 터널처럼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수술을 마치고서도 예지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 오민주 씨는 사랑해 마지않는 예지를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켜내야 할 것이 있는데, 예지와 가족이 있는데, 아픔이 찾아와버렸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선물이었습니다.
엄마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아이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 걸까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고통이 사라지고, 몸은 점차 회복되었습니다. 어느새 예지는 진심을 다해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예쁜 아이로 성장해 있었던 것입니다.
예지 엄마, 오민주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두 번의 암 수술을 통해 비로소 사랑하고 감사하는 헤아림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예지와 엄마 사이에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날들, 맘스라디오 <예지맘의 괜찮아> 진행자 ‘예지맘 오민주’의 고백 편지
예지맘, 오민주 씨가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선물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엄마가 되어보니 선물의 삶에 가혹한 은혜가 있었고 화목한 회복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부모를 보며 선물의 오늘을 살아가기를 꿈꿉니다. 즉, 다음 세대의 희망은 건강한 엄마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아이의 꿈에 나의 모습이, “엄마”의 모습이 있기를 바라며 예지는 물론이고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좋은 조력자가 되고 싶습니다.
좋은 조력자란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사자를 원하는 대로 고치고 바꾸는 사람도 아닙니다. 당사자의 행동을 재촉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 주는 사람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스스로의 능력을 행사하고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몰랐던 저와 예지에게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교감’이었습니다.
자폐성 발달장애인 예지는 오늘도 말하며 글로 씁니다.
“엄마,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예지의 키가 벌써 제 턱까지 컸습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저와 키가 똑같아질 것이고, 더는 무릎을 꿇고 바라보지 않아도 예지와 눈높이가 같아지는 날이 올 겁니다. 생각만 해도 참 뿌듯하고 기다려집니다. 비록 지금까지의 과정이 많이 고통스러웠을 지라도, 앞으로는 암을 견뎌내고 예지를 포함한 우리 가족이 미소 지으며 박장대소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늘도 저는 사랑하는 예지와 선물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