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클래식 3
이번엔 더 강하다!
파격과 열정으로 ‘진짜 멋진 클래식’을 전파하는 조윤범의 두 번째 신작!
2008년 클래식 음악계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존재는 단연 조윤범, 그였다. 아이디어와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자 예당아트TV(현 극동아트TV)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의 진행자, 또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의 저자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그는 강렬한 연주, 열정적인 강연,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순식간에 마니아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일반적인 ‘클래식 해설자’의 느낌, 즉 점잖고 차분하며 고상한 이미지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조윤범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클래식 음악에 대한 벽’을 눈 깜짝할 새 무너뜨리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조윤범식 클래식 해설’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그리고 지금도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으로서의 클래식 음악가를 먼저 이해해야 그들의 음악 세계도 이해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음악가들은 교과서나 앨범 재킷에서의 평면적인 모습에서,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의 인간’의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다. 그러한 방식은 기존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신선함으로, 클래식 입문자들에게는 편안함으로, 클래식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으로 다가갔기에 결과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가 말하지 않은 클래식의 세계는 넓고도 넓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Vol. 2』는 그가 전작에는 담지 못했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우상과도 같은 클래식 스타들을 선별,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 세계를 ‘조윤범식 해설’로 풀어낸 또 하나의 역작이다.
헨델, 파가니니, 쇼팽, 리스트, 바그너, 베르디, 푸치니, 말러, 라흐마니노프……
클래식 마니아들을 가슴 떨리게 할 스타 음악가들의 화려한 향연!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1권에서 등장한 작곡가들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주로 현악곡, 그중에서도 현악사중주의 작곡 비중이 높은 이들이었다. 독주악과 관현악의 중간 형태인 실내악곡에서는 악기들의 음색과 앙상블의 묘미를 느낄 수 있고, 그렇기에 ‘클래식이라는 숲으로 들어가기 가장 좋은 길은 실내악’이라는 저자의 생각 때문이었다. 덕분에 많은 독자들은 그전까지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여겨졌던 실내악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지만, 피아노곡과 오페라 등의 성악곡에 대한 관심이 높은 클래식 애호가들은 다소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Vol. 2』에서 저자는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한, 그리고 실내악을 통해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그 감동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하는 입문자들을 위한 음악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우선 전 세계 교회에서 부활절이 되면 반드시 울려 퍼지는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작곡가 헨델, 베를리오즈나 바그너 등 수많은 사람들을 음악가의 길로 이끈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만든 베버, <니벨룽겐의 반지>를 쓴 바그너, 로시니와 베르디, 푸치니 등 오페라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던 스타들이 등장한다. 또한 녹턴의 예술가 쇼팽, 피아노계의 비르투오소(virtuoso, 연주 실력이 매우 뛰어난 대가)였던 리스트, 슬픈 선율과 강렬함이 녹아 있는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유명한 라흐마니노프 등 피아노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작곡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전작보다 더욱 화려하고 다채로운 클래식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외에도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왈츠의 황제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클래식 마니아들의 영원한 우상 말러, <사랑의 인사>의 작곡가이자 영국이 낳은 몇 되지 않는 스타 음악가 엘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이야기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작곡가’가 아닌 ‘인간’으로 이해할 때에만 가능한
천재 작곡가들의 진정한 음악 세계!
독자로 하여금 해설을 해설로만 지나치게 하지 않고 곧장 음반 구매욕까지 이어지게 하는 그의 열정, 그리고 음악가들을 입체적 존재로 되살리는 저자의 해설 방식은 전작에 이어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Vol.2』에서도 여전하다. 한 예로 리스트와 바그너, 시대를 풍미한 두 작곡가의 얽히고설킨 인연과 음악은 그의 손끝에서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마흔이 가까웠던 어느 날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접한 리스트는 ‘내 역할은 바그너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후 그의 오페라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하는 등 자신의 시간 중 상당 부분을 바그너를 위해 헌신하며 그와 친구가 된다. 그러나 유명한 지휘자 한스 폰 뷜로와 결혼했던 리스트의 둘째 딸 코지마는 바그너와 불륜에 빠지고 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뷜로를 떠나기 위해 애썼던 코지마는 결국 아버지 리스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그너와의 결혼을 강행했다. 바그너는 코지마에게 결혼 기념으로 자신이 만들고 있던 오페라 <지크프리트>의 선율을 따서 만든 가곡 <지크프리트 목가>를 바쳤지만, 음악적 분신과도 같았던 바그너를 잃은 리스트는 음악과 종교 활동에 몰두했고, 말년에는 인생의 모든 고통과 이별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며 <순례의 해>를 작곡한다. 그리고 그 작곡을 모두 마친 해인 1883년, 친구이자 사위였던 바그너가 먼저 세상을 뜬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었던 리스트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냈던 코지마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딸은 아버지의 방문을 거절했고, 리스트는 홀로 바그너의 무덤을 찾아 그를 추모하고 <바그너의 무덤 앞에서>라는 인상적인 곡을 만든다.
동시대를 살았고 같은 분야의 예술에 몰두했던 두 음악가의 이런 이야기는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그들이 탄생시킨 음악의 배경과 더불어 그들의 전반적인 음악 세계를 보다 넓은 시각에서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몇 글자의 이름으로만 기억되던 작곡가들을 입체적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클래식 해설자이자 저자인 조윤범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과거의 어느 한때 존재했던 음악이 아닌,
지금 움직이고 있고 미래에도 살아 숨 쉴 클래식을 위해!
그런 점에서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Vol.2』는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취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저자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클래식은 우리가 그리 멀게만 느낄 음악 장르가 아니다.’라는 것이 전작의 메시지였다면, 이번 저서에서 그는 ‘클래식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지만 또 다른 형태로 발전 중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예술’임을 강조한다.
17세기의 비발디에서 시작한 등장인물의 명단이 21세기의 영화 음악가 존 윌리엄스에서 끝난다는 것은 바로 저자의 그런 주장을 상징하는 장치다. 1958년 영화 <대디 오>를 통해 영화 음악가로 데뷔한 존 윌리엄스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1971)으로 처음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죠스>(1975), (1982), <스타워즈> 시리즈,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에 이어 <해리 포터> 시리즈 등 영화사에서 최대 흥행을 기록한 작품들의 음악을 담당한 그는 어찌 보면 배우들보다 훨씬 더 할리우드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존재다. 그런데 그가 왜, 어떻게 클래식 해설서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존 윌리엄스는 가장 뛰어난 현대 클래식 작곡가임과 동시에 대중화도 가장 잘 이루어 내고 있는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의 음악에서 그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코른골트에게서 영향을 받은 기법들과 바그너식의 ‘유도 동기(악극이나 표제음악 등에서 곡 중의 주요 인물이나 사물, 특정한 감정 등을 상징하는 음악적 모티프)를 적극 활용했고, <쉰들러 리스트>(1993)에서는 매우 깊이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였다. 그리고 2009년 1월, 그는 미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음악도 작곡, 클래식의 아름다운 감동을 전 세계인에게 알렸다. 이쯤 되면 우리는 존 윌리엄스를 할리우드의 스타 음악가라고 규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클래식은 과거에 탄생하긴 했으나, 화석처럼 굳어진 음악이 아니다. 다만 몇 세기 전의 음악들만을 클래식이라 여기는 우리가 ‘클래식의 화석화’를 조장했을 뿐이다. 영화나 게임 등 다른 예술 장르와 어우러지며 클래식 음악은 지금도 끝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와 함께 숨 쉴 것이다. 그것이 바로 ‘클래식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조윤범이 주장하는 근거이자, 생명체처럼 계속 모습을 달리해 나가고 있는 클래식의 변화를 책의 말미에서 짧지 않게 서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라면, 그것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저자의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눈으로 클래식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