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관
프랜시스 베이컨의 ≪신기관≫. 이 책을 ‘자연과학 방법론’으로 읽으면 소위 (인간의 정신을 좀먹고 있는 몇 가지) 우상(idol)은 인간이 자연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데 방해가 되는 정신적인 나약함으로 치환이 된다. 사실 근대 과학이 확립되고 난 뒤 유럽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본격화하고 나침반과 항해술의 등장으로 진정한 의미의 제국주의가 시작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자연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지배한다는 것이 함축하는 의미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가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포함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다. 현재를 사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한정된 자원을 매우 짧은 시간동안 거의 화수분인양 여겨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모해 왔다는 것이 이 기계론적 세계관의 원치 않은 결과물일 것이다.